[화산귀환] 정체를 밝힌 청명 4화 특별 보너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장가라니? 제대로 된 정보 맞아요?” 청명은 홍대광의 멱살을 쥐고 따졌다.
“나, 나도 처음에는 요 며칠 새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생각해서 그저 무시하고 있었다네. 하지만 요즘 화산이 화산검협 청명의 사주와 신상이 적힌 중매서를 이리저리 보내고, 또 혼례복을 주문 제작했다는 정보를 직접 확인했네! 이건 확실한 정보야!”
“아니, 그럼 정말로?” 조걸이 소리쳤다.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건 기사멸조다 이 자식들아!’
‘내 의견 반영은 어쩌고!’
‘도사가 웬 혼인?’
‘내가 어디 가문을 이어야 하는 세가의 자식도 아닌데 왜 결혼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거냐?’
할 말은 무척이나 많았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입 안에서 말이 꼬여 버렸다.
“아니, 뭔… …이게… 그, 어… 하…”
홍대광은 청명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려 찾아왔지만, 그 자리엔 청명만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 청명이 무슨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불러서 찾아온 남궁도위와, 거기에 꼽사리 끼어서 찾아온 임소병, 그리고 화산오검까지 이 소식을 듣고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청명이가 혼인을?”
“저 망둥이를 데려갈 불쌍할 처자가 누구일지…”
“아무리 그래도 본인 의사도 없이 너무 급작스러운 것 아니에요?”
청명이 할 말을 잃고 있는 한 편, 화산오검들을 이 상황에 대해 수군거렸다.
“아… 하긴 청명 도장께서도 이미 혼인 적령기를 지나긴 했지만 아직 창창한 나이시긴 하죠. 아무리 그래도 보통 도가에선 이런 식으로 결혼을 요구하는 일이 없을 텐데요.” 남궁도위도 말을 보탰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임소병이 과장스러운 손짓으로 부채를 활짝 펼쳤다.
“화산에 곧 경사가 생기겠네요! 아무리 그 화산검협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철이 들 지도 모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번에 장문인께서, 은퇴하시기 전에 꼭 청명이를 사람 만들고 간다고 단언하시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할 줄이야…”
사실 임소병은 약간 쌓인 감정이 있었다.
‘다들 요즘 뭔가 나만 따돌리고,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단 말이지?’
천우맹의 무인들이 무언가 수군대고 있길래 가서 끼려고 하면, 갑자기 자신의 눈치를 슬 슬 보면서 말을 아끼는 게 아닌가?’
“흠, 흠. 그럼 그 일은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 난 걸로 알겠네.”
“자, 그럼 다들 각자 볼 일 보자고.”
“저기, 무슨 얘기중이셨었나요?” 임소병이 물었다.
“아, 별 일 아니네.”
“별 일이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어제만 해도…” 임소병은 불평했다.
“미안하네, 정말 별 일 아니네.”
“사실 청명 시주가 함구를 시켜서…” 혜연이 미안한 듯 말했다.
“아니, 왜 그 말을 꺼내나? 흠. 흠. 녹림왕께서는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시게.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쯧쯧, 그러게 평소에 적당히 사고를 치고 다니시지 그러셨습니까? 하긴, 이제 천마도 없어졌고, 화산도 명문 문파로 자리 잡은 지 한참이니, 굳이 저 화산검협을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겠죠. 아제 저 화산검협을 감당할 불쌍한 문파인지, 세가인지에게 축의금도 기쁘게 보탤 테니 혼례식에 저도 꼭 불러주시죠.” 임소병이 비꼬았다.
나중에 몇 대 맞는 일이 생겨도, 지금 이 순간 잠깐의 통쾌함을 만끽해 보는 임소병이었다.
임소병의 겁 없는 언행에, 청명의 눈치를 살피던 화산오검들은 이미 자리를 슬금슬금 뜨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일단 피하고 보자!’
“흐흐… 흐.” 청명은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감싸쥐었다.
“나 90살 넘게 먹은 노도인, 매화검존인디? 내가 왜 억지로 내 팔자에도 없는 늦은 장가를 가야 한단 말이냐!”
“청명 도장이 아예 정신 줄을 놓았나? 이젠 자기 나이도 착각하고 앉았는데요?” 임소병이 백천을 보며 말했다.
청명의 분노는 당연하지만 가장 먼저 임소병에게 향했다.
“아주 그냥, 매를 벌지 벌어! 그 입이 네 명을 재촉한 줄 알아라!”
“으악! 잠깐! 폭력 반대! 말로 하자고요 좀!”
탁-
화산 오검들은 겨울잠에서 깬 포악한 곰 같은 상태의 청명이 들어가 있는 방안의 문을 닫고 그 전각에서 몇 장 밖으로 떨어졌다.
“음, 전각이 미세하게 흔들리지만, 부서지지는 않은 걸 보면 중노 정도이구나.”
청명이 분노 감별 전문사 윤종은 중얼거렸다.
***
이윽고, 전각의 떨림이 멈추었다. 홍대광과 남궁도위는 얌체들 같은 화산오검과는 달리 제때 피신하지 못하고 청명의 화풀이에 거의 휘말릴 뻔 했지만, 가장 꼴이 처참한 것은 반쯤 곤죽이 되어 땅바닥에 드러누운 녹림왕이었다.
반쯤 부러진 학익선을 들고 부치며 청명은 탄식했다.
“아이고 장문 사형, 이 놈들이 제 사조를 마음대로 팔아넘기려고 합니다…”
“하, 근데 이걸 어떻게 하지? 설마 그 장문인과 장로들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다니… 누가 결혼하자고 쫓아오거나, 매파가 막 찾아 오는건 귀찮은데.”
"저도 예전에는 혼담에 치여 살았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고자라는 소문이 돌면 혼담이 끊기기 마련인지라..."
남궁도위의 안쓰러운 처지에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청명은 배려 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아 부럽다. 나도 그런 소문이 돌면 좋을텐데. 저기, 홍대광 아저씨, 그런 소문 혹시 못 내세요?"
“그, 글쎼다… 그런데 그런 소문이 나면 아무래도 화산검협 너의 명예가…”
"저기, 저는 엄청 고민이거든요? 아직까지도 제 등 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수군거리는데..." 남궁도위가 끼어들었다.
"어, 그러냐? 미안. 근데 나는 차라리 그런 추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파들이 나를 안 찾을거 아니야."
"솔직히 화산검협이 성 불구라는 소문을 동네방네 내는 건 무리지만 다른 소문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성 관계가 복잡하다던가, 아니면..."
"아 그래! 이미 다른 정인이 있다는 소문은 어떤가?"
"애인이요?" "그렇네! 게다가 일단 다른 정인이 있었다고 하면 장문인이나, 다른 장로님들이나 나를 억지로 다른 사람이랑 결혼시키려 들지는 않을 거 아니야.”
"음,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그런데 누구랑 그런 애인 행세를 하시게요?"
"뭐, 내가 아는 놈들 중에 그런 짓 시킬만한 만만한 놈들 많지 뭐."
청명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지인들 중 자신과 같이 소문을 만들어 줄 만한 인물들 몇을 떠올려 보았다.